듀얼링크스 이대로 괜찮은가?
안녕하세요. 색채입니다.
마스터 듀얼이 나온지도 근 한 달이 되어갑니다. 확실히 듀링을 하던 시절보다 훨씬 유저가 많은 게 체감이 되고 뭐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달의 서 먹으려면 30만원 써야 하는 게임이 있다?', '몬스터 존이 3개밖에 안되는 게임이 있다?' 등등 듀링을 비하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근데 뭐, 거의 다 사실이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듀얼링크스를 나름 야무지게 찍먹?했던 사람으로서 듀링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모저모 짚고 가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1) 듀얼링크스만의 장점
듀얼링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스피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듀 환경에서도 빠른 덱들은 굉장히 많지만, 기본적으로 라이프 8000이기 때문에 시간이 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에 비해 듀링에서는 라이프가 4000이기 때문에 빠르면 세 턴 정도에 게임의 승패가 결정나게 됩니다. 또한 굉장히 시간이 빡빡하기 때문에 상대의 고민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모바일 환경은 이제 듀링만의 장점은 아니게 됐으나, 대중교통 이동시간이나 시간 날 때 짬짬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듀링이 훨씬 더 적합한 Fit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캐릭터마다 스킬이 있고 풀 더빙이 되어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을 즐기면서 게임을 하시는 분이라면 마듀의 듀얼이 약간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룡 덱을 한다고 하면 백룡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카이바의 대사를 곁들이면서 게임을 하는 게 마듀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거죠.
캐릭터마다 스킬이 있다는 점은 다른 이점도 있습니다. 카드의 금지&제한 말고도 덱의 파워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는 거죠. 특히 이 부분은 특정 테마를 밀어줄 때 의미를 가지는데요, 티어덱을 견제하는 건 카드를 제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특정 테마를 밀어주는 건 신카드를 만들어주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하지만 듀링에서는 강한 스킬을 붙여줌으로써 특정 테마를 밀어주기에 훨씬 용이하죠.
2) 장점이 있는데 듀링은 왜, 이미지가 이렇게 박았을까?
저도 이제 과금을 적게나마 해본 사람으로 말씀드리자면, 듀링의 재화시스템은 쓰레기입니다. 골드는 쓸 데가 없어서 메소 익스플로전을 하는 편이 훨씬 더 가치있어 보이는 편이고, 카드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이면지입니다. 이 게임에서 카드를 열심히 까다가 특정 카드가 4장 이상 나왔다? 쓰레깁니다. 왜냐? 갈아서 만드는 카드들이 쓰레기니까요.
어느 온라인 카드 게임에서 이렇게 가치 보전이 안 되는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마듀에서 팩을 까는데 UR이 4개 이상이 됐다? 아쉽지만 갈아서 범용 만들지, 필요한 거 만들지 하면 됩니다. 듀링은 그렇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4개 이상이라는 거는 SR&UR 픽업에서 중복이 나왔다는 거일 테니 더 스트레스 받습니다.
이러한 점은 곧, 가챠의 피로도와도 연관됩니다. 마듀와는 다르게 천장이 있습니다만, 애초에 천장 쳐서 카드 먹으면 망한 겁니다. 마듀의 엘드리치 팩을 예로 들겠습니다. UR 중에 필요로 하는 카드는 오직 엘드리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엘드리치가 안 나와도 정 안 되면 픽업의 다른 UR을 갈아서라도 만들 수 있습니다. 듀링에서는 다른 UR 나오면 거진 이면지만도 못합니다. 특정 카드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그게 스트레스로 연결이 되는 거죠. '팩 바닥까지 갔는데 왜 안 나와? 얘 하나 뽑으려고 한 통 다 까겠네' 이 상태가 되는 겁니다. 더군다나 3장 필요한 카드면 그 짓을 두 번을 더 해야 합니다.
듀링을 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젬 자체는 꽤 수급이 됩니다. 캐릭터 레벨 업 보상이나 이벤트 등으로 말이죠. 문제는 주기는 꽤 주는데, 수급이 겁나 느립니다. 캐릭터 레벨 업 노가다 해서 기껏 젬 500개 모아서 10연챠 했더니 꽝이라서 다시 모으는 그 과정이 또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매크로를 쓰죠. 손수 오토 돌리고 했던 사람으로서 이거 돌리는 게 꽤 귀찮습니다.
화룡점정으로 셀렉션 박스, 속칭 셀박이 사람 꽤나 답답하게 할 겁니다. 셀렉션 박스는 한정판 가챠 팩이고, 기존에 수록됐던 사용도가 괜찮았던 카드들과 [선발매]하는 카드들을 묶어서 판매합니다. 그리고 무료재화인 보석으로는 살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후 구매에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가장 최근 셀박에는 카오스 솔저-개벽, 환상의 견습 마도사, 나락의 함정 속으로 등 특정 테마 덱에서 사용하거나 대체가 얼추 가능한 카드가 선발매 카드로 수록이 되었습니다. 개벽? 안 쓰면 됩니다. 환견마? 블매덱 안 하면 됩니다. 나락? 절함 쓰고 말지요. 그런데 문제가 된 놈은 이 놈입니다.

달의 서, 현재 마듀의 환경에서 강력한 카드가 넘쳐나는 데 아까운 덱 슬롯을 달의 서 정도 넣으려고 할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듀얼링크스 환경에서 이 카드는 그야말로 인권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마듀 환경으로 치면 우라라, 증G급입니다. 그런데 이런 카드를 선발매로 내니 여론이 박살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는 입문을 그 이후에 해서 달서 없어서 접는다 급은 아니었지만, 제가 이 당시에 듀링을 하고 있었다면 '돈나미'가 괜히 돈나미가 아니구나 하고 접었을 겁니다.
'달의 서 먹으려고 30 쓰는 게임 있다' 말이 나오는 것도 이 카드가 셀렉션 팩 출신이라 그런 겁니다.
1. 셀렉션 팩이라 현금으로만 팩을 구매해야 하고
2. 순수하게 이 카드만 노리는 거라면 다른 카드 나와봐야 다 쓸데없고
3. 바닥에 깔려있어서 마지막에 나오기라도 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돈이 얼만데...
4. 근데 이 카드를 3장 먹어야 한다? 오우쉣
이런 요소들과 더불어 과금 이벤트도 효율이 다르기 때문에 좋은 효율의 이벤트를 기다려야 하는, 내가 돈을 쓰고 싶어도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등 정말 개같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듀가 나오자 바로 이미지가 나락이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3) 코나미는 듀링의 위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듀링의 부활을 회의적으로 보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지금 현재로서 듀링의 위치는 굉장히 애매합니다. 새로 유입되는 오프라인 고인물들에게도 뉴비에게도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고인물들은 당연하게도 듀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기존에 하던 룰대로 익숙한 덱들 하는 게 훨씬 재밌죠.
그럼 뉴비에게는 어떨까요. 뉴비는 마스터 듀얼로 입문하면 링크 시스템도 적응하기 힘들 거고... 모르는 덱들 비문학 지문 읽어가면서 하기 피곤할 거고... 듀링으로 게임에 익숙해지고 룰에 익숙해지면 듀링과 마듀를 병행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사실 코나미에게 가장 이상적인 형태가 될 겁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뉴비들도 그냥 마스터 듀얼로 입문하는 편이 낫습니다.
왜냐? 첫 덱 맞추는 난이도가 다릅니다. 마듀에서는 처음에 재화 주는 대로 팩 까서 부족하나마 얼추 맞추면 되지만, 듀링에서는 월드 해금하고 캐릭터 해금하고 스킬 얻고 카드 모으고 별 난리를 다 쳐야 합니다. 예시를 들어 보겠습니다.
'나는 GX의 헬 카이저가 너무 멋있어서 사이버 드래곤 덱을 맞추고 싶어! 마침 어릴 때 사이버 드래곤 해보기도 했고 사이버 드래곤 덱을 맞춰야겠다!'
마듀 : 솔로 모드를 하면서 기본적인 룰을 익히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젬으로 사이버 드래곤 팩을 까서 카드를 모은다. 부족한 범용 카드들은 UR 가루를 모으면서 차근차근 맞춘다.
듀링 : 입문해야 하는데 돌계를 자꾸 사라 하네? 해 보지도 않고 돈 몇만원 쓰기 그런데... 그냥 해봐야겠다. 처음에 쓰레기 덱으로 하라 하네? GX 월드를 열어서 헬 카이저 캐릭터를 해금하라는데, GX까지는 어찌저찌 열었는데 헬 카이저 캐릭터는 얻으려면 뭐 이리 퀘스트가 귀찮은지... 스트럭쳐도 치킨 하나 값만큼은 써야 하고... 범용 카드 모으기도 힘들어보이고 그냥 안해야겠다
물론 듀링의 스피드 듀얼 시스템이 뉴비들이 입문하기는 훨씬 쉬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룰 자체의 비문학 요소는 크게 다르지 않고, 뉴비들이 보기에는 어렵긴 매한가지입니다. 저도 듀링 입문할 때 적응이 안돼서 헤맸던 게 기억에 나네요. 차라리 정말 엘드리치 딸깍딸깍 하면서 배우는 편이 듀링보다 훨씬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듀링은 이제 누가 하나요? 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코나미가 정말 듀링의 미래를 생각했더라면 이렇게 기습적으로 마듀를 출시할 게 아니라, 뉴비 유입을 위해 입문절차를 완화하는 등의 장치를 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 해요. 혹은 오래된 팩들 가격 영구 인하라든지, 오래된 팩들 카드들을 크래프팅으로 만들 수 있다든지 해서 조금이라도 이미지 관리할 거리를 던져 주거나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마음이 아팠던 점은, 듀링이 그래도 재미없는 게임은 아니었는데 너무 가차없이 버려진 감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유저들은 재밌는 게임을 하는 게 당연하니 어쩔 수 없지만, 코나미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죠… 더군다나 셀박으로 돈 야무지게 빨아먹고 마듀 기습발매라 음... 코나미가 듀링을 앞으로 그렇게 신경쓸 것 같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4) 듀얼링크스가 살아남는 미래를 보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듀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뜯어고치면 됩니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지만, 외양간을 얼른 고쳐야 새 소라도 받는 법입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어차피 좀 TCG를 아는 사람들은 마듀를 할 거고, 최대한 뉴비들이 좀 더 원활하게 게임 입문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① 계정 생성 시 전 월드 즉시 오픈, 이벤트 티켓 즉시 지급
② 계정 생성 시 스타트 덱 업그레이드 (스트럭쳐 덱도 OK)
③ 번들에 최신 범용 마함 추가
④ 기준을 정해 (ex. 최신 10팩 이전의 팩들) 영구 반값 인하
⑤ 듀얼 패스 도입 (물론 이건 유료, 보상으로 드림 티켓 포함)
적어도 뉴비에게는 퍼줘야 합니다. 적어도 즉시 쓸만한 덱 구성이 가능할 정도로는 만들어줘야 합니다. 저도 친구에게 '듀링 함 찍먹해보실? ㅎㅎ'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과금으로 한다 하면 리세마라 돌려야 하고, 덱 골라서 하려면 캐릭터 얻어야 하고, 스킬 얻어야 하고. 시켜야 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적어도 그런 과정은 획기적으로 줄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의외로 셀박은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엥? 이게 뭔 개쌉소리냐? 위에 달의 서 가지고 길게 써놓은 건 뭐냐?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마 그 쪽이 주 수입원일 거기 때문에 셀박 없애라! 하면 게임 유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코나미도 자선 사업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난처할 수 있죠. 셀박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선발매 카드로 범용 OP가 수록된 경우'지 이번 정도 선발매 정도로만 잘 유지하면 괜찮을 걸로 보입니다. 돈 어느 정도 쓰기로 결정한 사람이라면 셀박이 '[모바일게임 기준으로] 적당히 과금하면서 범용 카드 확 모으는' 좋은 찬스가 될 수도 있거든요.

헤비 과금러에게는 셀렉션 박스로, 소과금 유저들에겐 듀얼 패스로 지갑을 이끌어내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와 동시에 입문하기도 좋게 좀 뜯어 고치고 '우리 아직 장사 안 접었습니다' 이미지를 좀 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적어도 지금 행보로는 그나마 있는 듀링 인력도 다 끌어다 마듀에 쓸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진짜... 진짜 뭐라도 해야 합니다.
5) '듀얼링크스를 추억하며'가 올라오질 않길 바라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방구석에서 게임하는 거 좋아하고 그런 사람입니다. 게임 운영은 당연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더 준비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관계자 분들이 이 글을 보고 비웃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엔딩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다 보니 듀링의 '발전'을 위해 이모저모 짚겠다는 사람이 게임이 큰일났네 마네 이러고 있네요. 그만큼 애정이 있어서 저러는구나라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은 하고 있진 않지만 소식은 계속 들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트리머 '영재맨'님의 방송을 많이 보는데 아직... 접진 않으셨더라고요. 이 분마저 접으시면 아... 진짜 망했구나 생각하렵니다. 방송 통해서 좋은 소식 들려왔으면 좋겠다고, 2022년 신년의 기운을 받아 한 번 바래봅니다.
다들 긴 글 읽어주셔서 다시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