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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 초보의 세이버 나름대로 분석하기 - K/9, K%, BB/9, BB%, K/BB

세이버 입문자 관점으로 세이버 지표의 쓰임을 나름대로 분석, 좀 거칠게 말하면 상상?해보는 시리즈인 약칭 세나분 시리즈의 대망의 첫 글이 되겠다.

 

결산글이랍시고 글을 쓰면서 스탯티즈를 들락날락하는 것도 있고, 최근에 OOTP를 하다 보니 다양한 지표들을 좀 더 확실하게 알고 싶은 생각에 이 지표는 이렇게 쓰이겠구나 라고 나름의 생각을 하고는 했는데, 세이버 지표 초보자 입장에서 한번 분석글을 쓰는 것도 나름의 재미?이지 않을까 싶어서 글을 적게 되었다.

 

+ 사실 예전에 간단히 좀 써놓고서 묵혀놨던 글이라서 예시로 가져온 각종 통계 자료들은 6월 초 기준이라 보면 됩니다.

 

최근에 인상깊게 본 짤 중 하나를 가져와봤다.

 

K/9는 9이닝당 탈삼진 개수, BB/9는 9이닝당 볼넷 개수이다. 투수 스탯 중 가장 대중적으 쓰이는 평균자책점 ERA가 9이닝 단위로 자책점을 조정하는 것처럼, K와 BB를 9이닝 단위로 조정한 지표라 볼 수 있겠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기아팬들을 아주 미치게 만드는 올 시즌 이의리의 피칭은 K/9가 12.18로 역대 BEST 1위, BB/9는 7.51로 WORST 2위라고 한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계형철이 BB/9 7.57로 뒤에서 1등이었다. 82년도 기록이니 프로야구 원년 기록인데, 이런 고대 괴수(?)를 맹추격할 정도로 볼넷 면에서는 안 좋은 피칭을 기록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럼 올 시즌 이의리의 피칭은 탈삼진 능력이 KBO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을까? (규정이닝 기준)

 

탈삼진 능력이라 하니 뭔가 애매할 수도 있겠다. 구체적으로 정해보는 건 어떨까. 100타자를 상대한다고 할 때 이의리가 가장 많은 타자에게 탈삼진을 기록할 수 있을까?

 

K/9가 높으니까 그렇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게 확실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한 이닝당 상대하는 타자의 수가 투수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뜬공 뜬공 삼진 - 3OUT

안타 안타 볼넷 삼진 병살 - 3OUT

 

이렇게 두 기록을 보면 둘 다 한 이닝에 탈삼진 하나를 기록했으니 K/9가 9로 동일하겠지만 상대한 타자의 수는 3타자와 5타자로 다르다.

 

뜬공 뜬공 삼진 / 뜬공 뜬공 삼진 /

볼넷 볼넷 볼넷 삼진 삼진 뜬공 /

 

이번에는 이렇게 두 기록을 보면 둘 다 6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2개 잡아냈지만, 소화한 이닝은 2이닝과 1이닝으로 차이가 나므로 전자는 K/9가 9, 후자는 18을 기록한다고 볼 수 있겠다.

 

역설적이게도 기록을 보면 후자의 경우가 볼넷을 3번이나 내보내면서 내용이 좋지 못했으나 K/9의 경우는 오히려 높게 나왔다.

 

헉... K/9가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기록을 참조해야 한단 말인가?

 

당연하게도 그것에 대응하는 지표가 있다. 바로 K%다.

 

K% = 탈삼진 / 상대한 타자 수

 

굉장히 심플하지만 강력하다. 백분율 단위이므로 타자 100명을 상대할 경우 탈삼진을 몇 명을 잡을 수 있을까로 봐도 되겠다.

 

이의리는 현재까지 226타자를 상대하여 68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므로 68/226=약 30.1%의 K%를 기록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번 시즌 이의리보다 K%가 높은 투수가 2명이나 있다. 안우진과 페디는 K/9는 이의리보다 높지만 K%는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타자 단위로 한다면 이의리보다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여주었다.

 

엥 그럼 K/9는 어떻게 지표를 봐야 할까요?라고 처음에 생각을 했다.

 

이닝마다 상대하는 타자 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다른 정해져 있는 게 있다. 바로 아웃카운트 수.

 

뜬공 뜬공 삼진 / 뜬공 뜬공 삼진

볼넷 볼넷 볼넷 삼진 삼진 뜬공 /

 

아까의 예시를 다시 가져와보았다. 위의 경우는 6아웃 중 2아웃을 삼진으로 잡았기에 K/9가 9가 나온 것이고 맡은 3아웃 중 2아웃을 삼진으로 잡았기에 K/9가 18이 나왔다.

 

즉 K/9는 아웃카운트를 잡는 비중 중 삼진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난다고 볼 수 있겠다.

 

K/9 : 아웃카운트 중 K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K% : 타자 상대 시 K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그럼 우리는 둘 중 무슨 지표를 좀 더 신뢰해야 할까?

 

사실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어지간하면 K/9 높으면 K%도 높고, K/9 낮으면 K%도 낮다. 위의 예시들은 설명을 위해 극단적인 스몰샘플 예시를 들어서 차이가 큰 것이지 한 시즌 규정이닝 정도 샘플이 되면 극단적인 경우는 당연하게도 거의 없다.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9회 말 동점에 무사 만루인 상황, 투수를 교체한다고 하면 다음 타자에 병살이 나와도 게임이 끝나므로 탈삼진이 가장 필요한 상황인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K%가 높은 투수를 투입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렇게 비유를 하니 타석마다 디테일한 판단이 필요할 수 있는 현장에서는 K%가 보다 유용한 느낌이고 야구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좀 더 쉽게 와닿는 지표는 K/9인 느낌이다. ERA, K/9, BB/9, HR/9, WHIP[각주:1] 등 이닝 단위로 정리된 지표들이 많기 때문.

 

볼넷도 마찬가지로 BB/9와 BB%가 있다.

 

BB/9 : 9이닝당 볼넷 수
BB% : 볼넷 수 / 상대한 타자 수

 

볼넷의 경우 이닝 단위로 볼 때 삼진과 삼진 이외의 아웃을 다르게 볼 필요는 없다.

 

볼넷 이외에 안타, 아웃이 어떻게 작용될까를 생각해보면

안타 - BB% 감소, BB/9 그대로

아웃 - BB% 감소, BB/9 감소

 

따라서 위와 같이 정리해보면

 

BB/9 - 아웃카운트 대비 BB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BB% - 타자 상대 시 BB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BB%의 경우 안타와 아웃카운트와 동시 경쟁하므로 피절대출루율(IsoD)[각주:2]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2년도 데이터로 계산해보니 대체로 일치하는 경향성을 보이지만 오차가 제법 있었다. 출루율과 타율의 분모가 다르고 병살 등등 포함되지 않은 데이터도 존재하기 때문일 듯하다.

 

가장 쉬운 연관성은 BB%가 같아도 WHIP이 낮으면 BB/9가 낮게 나온다. 이닝당 출루 허용이 적다는 거는 타자 비율서 아웃카운트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니까 ㅇㅇ.

 

볼넷은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지표 그대로 생각하는 게 좋아 보인다. BB/9의 경우에는 WHIP과 비교해보면 안타와 볼넷 출루의 비율을 파악하기가 쉽다.

 

이제 탈삼진과 볼넷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K/BB를 살펴봐야 하는데...

 

일단 계산은 굉장히 쉽다.

 

K/BB = 탈삼진/볼넷

 

문제는 이 지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초보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인상이다.

 

K/BB가 4라고 하더라도 K/9가 12이고 BB/9가 3인 투수와 K/9가 4이고 BB/9가 1인 투수를 비교하면 전자의 투수가 가치가 높을 것은 자명하다.

6월 5일 기준으로 고영표와 안우진의 K/BB를 보면 고영표가 근소하게 앞서지만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ERA나 FIP를 보면 확실한 안우진의 우위이다.

 

아니면 위의 이의리 챌린지의 이의리로 보면 K/BB가 1.66으로 현재 규정이닝을 채우고 있는 선수 중에서는 뒤에서 2등이나 선수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 정도로 최악까지는 또 아니다.

 

K/BB로 선수들끼리의 지표를 비교하기보다는 단순하게 한 투수의 삼진과 볼넷 비율이 대충 어떻구나 정도로만 활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줄세우기를 위한 지표는 아니라는 생각.

 

다만 K/BB의 타자 버전인 BB/K(타자한테는 볼넷이 좋은 지표이므로 분자로 온다)는 타자의 선구 능력을 파악하는 요소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특히 2군 타자, 특히 거포 타자들의 선구 발전여부를 살피는 데 이 BB/K 비율을 많이 활용했던 것 같다.

 


정말 예전에 써 놓고 사실상 폐기해놓고 있던 글을 아예 폐기해버리기엔 또 아까워서 다듬어서 이렇게 올려 본다.

 

후반기가 막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는 통계가 또 달라졌을 것이기에 그런 점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도?

 

세이버 초보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점을 적어내린 글이라 틀린 점이 있을 수 있는데, 댓글로 적어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면 다른 의견도 환영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이닝당 볼넷&안타 허용률 [본문으로]
  2. 피출루율(OBP)-피타율(AVG)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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