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앞으로는 야구 관련 글은 '습니다' 등의 존칭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야구 보느라 성질이 더러워져서는 아니고, 이게 어디서는 존칭 쓰고 어디서는 존칭 안쓰고 하니 글을 쓸 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존칭이 없는 편이 생각 정리하기에 더 좋다고 생각되기에 앞으로는 편하게 글을 쓰려고 합니다. 9&10월 결산은 그래도 통일성을 유지해야 하니 존칭으로, 그 이후 시즌 결산은 존칭 없이 한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총총.
시즌이 끝났다. 9월 결산글을 작성은 얼추 다 해 놨는데 작성하다 보니 올리기엔 애매한 타이밍이 되어버려서, 10월의 잔여 경기가 짧기도 하니 9월과 10월의 결산은 합쳐서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하기에... ㅋㅋㅋㅋㅋ
여튼 9&10월 결산글을 쓰게 된다면 아마 시즌 총결산도 쓰게 될 법 하다. 오프시즌 프리뷰도 쓸 수도 있고? 김태군 선수의 재계약이나 다른 여타 무브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전에 내 자신의 야구관을 한 번 가다듬기도 할 겸 이런 식으로 야구를 바라본다고 정리하는 글이 있으면 글을 읽는 분들이 이해하기에 좀 더 명확할 것이라 보기에 한 번 내 자신의 야구관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선발, 특히 외인선발은 이닝이팅이 중요
뭐 이닝이팅이야 당연히 높으면 좋은 것 아닌가? 얘기할 수 있는데 평가에 있어 가중치가 상당히 높은 편. 이유는 이러하다.
유망주가 넘쳐나서 선발감으로 낙점받지 못한 그런 급의 투수들을 편하게 계투로 활용할 수 있는 MLB에서는 중간 급의 불펜투수에는 그렇게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다만 유망주 수급이 한정되어 있는 KBO에서는 필승조는커녕 중간 급의 퀄리티로 이닝을 먹어줄 수 있는 선수도 제법 귀하다. 때문에 불펜 과부하가 오게 된다면 특정 선수들이 갈리게 되는 걸 막기가 참 힘들다. 그리고 보통 한 번 갈려버리면 웬만하면 다시 좋았을 때의 폼을 찾기가 힘들다.
이 현상을 해소하는 방법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1) 선발이 이닝을 많이 책임져서 불펜 이닝을 최대한 줄이기
2) 불펜 뎁스를 최대한 확보해서 한두 선수에게 과부하가 쏠리는 걸 막기
3) 지능적인 로스터 관리로 유동적인 불펜 운영
2의 경우는 아무리 불펜이라도 육성이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기에 힘들고, 3의 경우는 불펜 관리와 성적의 양립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지금까지 많이 보진 못했다. 그러므로 1의 방법이 어렵지만 역설적으론 가장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국내 선발의 경우에는 FA 영입이 아니고서야 솔리드한 선발감이 뚝딱 나올 수가 없는 것이기에 외인 선발의 평가 항목에서 이닝이팅에 대한 가중치를 줘야 한다고 보는 거다.
발빠른 타자의 볼넷은 높게 평가하나 느린 타자의 볼넷은 저평가
세이버 볼 줄 모르냐? 출루율이 얼마나 중요한데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어찌됐든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안타는 볼넷의 상위호환이다. 1사 2, 3루의 상황에서 짧은 안타 한 방으로도 2점이 날 수 있지만 볼넷의 경우 점수가 나지 않은 채 1루를 채운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러 볼넷을 내줌으로써 위험한 타자와의 승부를 회피하고 병살 찬스를 노리는 경우도 나온다. 이렇듯 볼넷의 가치는 안타에 비해서 유동적이고 상황을 탄다.
이런 경우 볼넷의 가치를 가장 쉽게 평가하는 방법은 RE24(베이스/아웃에 따른 기대득점 대비 기여)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야구팬 입장에서 그 타자가 기록한 볼넷만의 RE24 변동을 볼 수 있는 사이트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간단하게 생각해보는 것이다. 볼넷 자체는 1루로 주자를 보내는 행위이므로 발이 빠른 주자의 볼넷 출루는 도루 위험을 수반하기에 투수는 웬만해서는 내보내기 싫어할 것이다. 반면 발이 느린 주자의 경우 주자로 나갔을 때의 리스크가 비교적 적기에 볼넷 출루로 나가도 '크게 한 방 맞는 것보다 낫지'라 생각할 여지도 있다.
중요한 점은 주자로서의 가치는 보통 주력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볼넷이라는 현상을 좀 더 심층적으로 보려면 타자로서의 가치와 주자로서의 가치의 갭도 고려해야 하고 타순에 따른 우산효과 등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너무 복잡하고 자료도 없으니 일단 주력으로만 출루율의 평가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더 쉽게 얘기하면 김태군이 1루에 서 있는 것과 김도영이 1루에 서 있는 것이 다르니까...
게임 후반 1점차 이내 게임에서의 번트는 OK
번트라는 행위가 일반적으로 기대득점을 낮추는 행위이기에 초반에 번트를 대는 행위는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다만 기대득점이라는 것이 득점할 확률하곤 악간 다르다. 1점을 낼 확률이 10%고 2점을 낼 확률이 5%인 전자와 1점을 낼 확률이 17%고 2점 이상을 낼 확률이 0%인 경우 기대득점은 전자가 위지만 점수를 낼 확률 자체는 후자가 위이다. 따라서 점수 한 점이 필요한 상황이고 게임이 후반에 접어들어서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상황이라면 번트를 대는 행위가 그렇게 지양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물론 이건 이제 타자의 타석에서의 퀄리티 등을 고려해서 해야 하는 거지 후반이라고 올 시즌 나성범같은 선수한테 번트 대라고 하는 건 욕먹어도 싸다. 어디까지나 상황을 봐서 번트를 대면 좋다는 거고 일반적으로는 게임 후반 1점차 이내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는 말.
발빠른 주자의 도루는 OK
도루 자체가 생산성이 있냐 없냐는 재밌는 주제이지만 발빠른 주자를 굳이 뛰지 말라는 이유가 있다면 잘 모르겠긴 하다. 부상 방지 관점 빼고는 뭐... 다만 주력 평균 정도라고 하면 굳이 많이 뛰게 할 이유는 또 모르겠다. 이번 시즌 타팀의 염 모 감독님의 경우 정도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성과를 비판하는 건 아니고 그냥 너무 뛰게 하시긴 하더라...
좌우 스플릿이 큰 스페셜리스트 류의 계투는 저평가
소위 '원 포인트 릴리프'가 그러하다. 일단 상대 입장에서 대처하기가 쉽다. 보통 스쿼드에 좌/우타 대타감은 마련해 놓으니까... 그리고 설령 대타를 내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고 해도 다음 투수가 약한 스플릿의 타자라면 놔두면 불안하고 교체하면 불펜 과부하를 유발한다. 다만 약한 스플릿 상대로 너무 약한 정도가 아니고 평균 언저리 정도 돼서 1이닝까지는 소화할 만 하면 운용에 따라 괜찮다고 본다. 근데 보통 감독이 괜찮지 않게 쓰더라...
타자의 좌우 스플릿은 너무 신경은 X
타자의 경우 투수의 경우보다 비교적 스플릿의 영향이 적다고 본다. 정 안 되면 다른 타자와 플래툰 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고 대타요원으로도 쓰는 등 투수에 비해 비교적 활용도가 높다고 본다. 어차피 선발을 좌우 스플릿 때문에 퀵후크하는 건 지금까지 있어서 많이 보진 못한 것 같고, 그럼 감독 재량으로 라인업을 합당하게 꾸리면 선수의 좌우 스플릿 단점은 가려줄 수 있다고 본다.
불펜 관리 - 투수 보직은 확실하게 구별하고 필승조는 멀티이닝 지양
원래는 어느 정도의 단기 혹사는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아무리 선수단 구성을 잘 해도 불펜 과부하가 올 때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럼 결국 누군가는 많이 던질 수밖에 없기 때문. 단기적으로 많이 던지더라도 좀 장기적으로 이닝과 출장을 관리해주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아 근데 김종국 야구를 보니 도저히 못참겠다. 생각해 보면 단기혹사를 시킬 감독이면 장기적으로도 혹사를 시킨다. 어차피 플레이오프가 있는 리그는 정규시즌도 물론 중요하지만 플옵때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시즌 후반 우승각이 보여서 총력전인 상황이면 모를까 시즌 초중반부터 한두경기 잡겠다고 선수 갈아대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불펜 관리는 필수라고 본다. 김종국이 임기영 쓰는 것의 반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이만한 반면교사가 또 없다.
출루의 1번, 컨택의 2번, 에이스의 3번
'이 새끼는 블로그에 세이버 글도 올려놓고 [강한 2번]도 모르네 ㅋㅋ'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맘이다.
강한 2번의 골자는 이 두 가지다.
1) 타순이 앞일수록 경기가 끝났을 때 타석을 많이 소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타자를 타순의 앞에 놓을수록 효율이 극대화된다
2) 1번 타자는 무조건 1회에 무사 주자없음이라는 상황을 고정으로 소화한다.
따라서 1번은 출루율이 높고 발이 빠른 타자를 배치하고, 그 이후의 타순부터는 가장 강한 타자를 배치하자! 그러니까 가장 강한 타자는 2번타자에 배치하자!라는 흐름으로 강한 2번을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2번 타자의 경우는 타율이 좋고 준족의 선수가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1회에 1번과 2번 타자가 1루로 출루한다고 하면 최대 1아웃이기 때문에 병살의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준족의 타자를 2번에 배치하는 것이 도루를 하든 하지 않든 병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추가적으로 1번 타자가 출루를 했다면 도루를 통해 2루에 가 있을 확률이 높은데, 이 상황에서는 안타와 볼넷의 기대득점 차이가 생긴다. 무사 1,2루와 1점+무사 1루의 기대득점 차이는 약 0.33점이 난다고 한다. 또한 안타가 나오지 않더라도 3루로 진루를 시킨다면 무사 2루에서 1사 3루로 바뀌었으므로 기대득점이 0.19점밖에 감소하지 않는다. 따라서 컨택 능력이 좋은 타자가 적극적으로 타격에 임할 수 있는 순번이다.
마지막으로 뒤의 타자가 에이스이므로 상대 선발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컨택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그런데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봐 좀 찾아봤는데 KBO식 강한 2번은 나와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ㅎㅎ;; 괜히 거창하게 썼다.
RE24 자료는 밑의 도표를 참조했다. 최근 자료로 적고 싶었지만 구할 수가 없다. 혹시 구할 수 있는 수단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비 시프트 긍정파
수비 시프트 멋있지 않나? 상대의 타격 방향을 예측해서 수비하고, 타자는 그에 맞춰 대응하는 그 모습이 일합을 겨루는 느낌이라 좋아한다. (사실 타자들이 대응을 잘 못하긴 한다)
극도의 수비 시프트를 제한하는 룰이 MLB에는 적용이 되었고 KBO 1군에는 25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이상으로 한번 나의 야구관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확실한 건 감독 하면 재앙 소리는 많이 들을 듯. 실제로 OOTP 할 때 재앙이긴 했다. 성적이 생각보다 잘 안 나와 ㅠ
현재 글 작성할 여유가 없는 상황인데 늦지 않게 결산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 그럼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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