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야구 커뮤니티 보기가 참 겁납니다.
박찬호든 김도영이든 조금이라도 못하는 모습 보이면 바로 조롱이죠. 물론 박찬호빠 김도영빠 난장판에 소위 말하는 분탕들까지 합세해서 정상적인 팬들의 글이 묻힌다는 거는 이해합니다만, 그래도 봐주기가 참 힘듭니다.
김도영이 1군 등록이 됐으나 우선은 3루로 기용이 되고 있고 꾸준히 유격수로 기용을 했던 박찬호를 그대로 유격수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박찬호의 퍼포먼스가 수비든 공격이든 그리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여러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에 생각 정리도 할 겸 글을 적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봐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모든 통계 자료는 STATIZ에서 가져왔음을 미리 밝힙니다!
1. 박찬호는 KBO 주전 레벨 유격수로 적합한 선수인가?
먼저 이걸 집고 가면 좋을 듯 합니다.
박찬호의 통산 성적입니다. 포지션 고려 없이 타자의 타격 성적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스탯이 wRC+인데, 평균치라 볼 수 있는 100 이상의 성적을 거둔 시즌은 없고 그나마 작년에 wRC+ 95를 찍으면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습니다. 뭐 유격수가 수비 잘 해주고 wRC+ 95 정도 찍어주면 그렇게 흠 잡을 만한 성적은 아니죠.
하지만 올해는 80.8로 그렇게 높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유격수들과 한번 비교해보면...
올해 규정타석 70% 기준의 유격수 wRC+ 순위입니다. 6위와 꽤 차이가 나는 7위이고 전 구단 유격수를 포함하기 위해서 50%를 기준으로 해도 10명 중 8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격수가 수비만 잘하면 타격은 좀 못할 수 있죠.
처리율이 9명 중 7위, 실책 수는 11개로 2위입니다. 수비 세이버매트릭스 지표인 WAA는 전체 유격수 중 4위지만, 아무래도 수비 쪽 너드 지표는 좀 설왕설래가 많기에 잘 모르는 저는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뭐 좋게 봐도 평균치 언저리로 수비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고 부족한 타격을 보완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좀 쉬운 타구를 놓치면서 말이 좀 있었는데 올 시즌 클러치 에러가 특히 심하죠. 승부처에서 쉬운 타구를 놓쳐서 경기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잦아요.
정리하면 박찬호는 올 시즌 평균 이하의 타격에 수비도 좋다고 보기는 애매한, 솔리드하게 주전 유격수로 보기는 애매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주전급 선수가 없거나 포텐 밀어줄 유망주가 없으면 잠시 유격수 자리를 맡길 정도는 됩니다.
분류를 하자면 스탑갭 선수 정도 아닐까요? 나이가 차서 실링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지만 구멍이 나지 않게 자리를 잘 맡아줄 정도는 되는.
2. 김도영은 박찬호를 밀어낼 만한 실력을 현재 가지고 있는가?
그거는 좀 어려운 문제입니다.
김도영의 통산 성적입니다. 작년에 그럭저럭 타석을 먹으면서 샘플을 좀 쌓았고 고졸 우타 신인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죠. 더군다나 성적이 우상향이었죠.
작년 성적인데 개막전부터 연속 무안타 기록했던 걸 생각하면 후반기는 괄목성장이라 할 만큼 성적이 오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작년 성적이지 지금 성적은 아니죠. 작년의 박찬호는 wRC+ 95로 김도영보다는 근소 우위에 있었습니다.
올해 성적은 현재까진 wRC+ 80 대 113이니까 김도영의 우위이지만 스몰 샘플이라 이것 가지고 무조건 박찬호는 쫓아내고 김도영을 유격수 주전으로 박아야 한다!의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수비도 일단 검증이 되지는 않았으니까요.
뭐 저는 불확실한 부분을 주관적인 관점으로 비교해 보면 실력도 사실 우위에 있다 보긴 하는데, 현장은 보수적이니까 팬들의 판단을 그대로 하기에는 차이가 있다 봅니다.
3. 김도영은 박찬호 이상의 포텐을 가지고 있는가?
박찬호가 포텐이 더 높다 본다면 야구를 그만 보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4. 현재 기아 타이거즈의 팀 상황이 검증 안 된 신인에게 주전급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상황인가?
뭐 이것도 의견이 분분할 수는 있는데, 우선 저는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봅니다. 외인 선발은 에이스 몫을 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고 토종 선발은 전부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불펜도 엄청 갈리고 있는 상황인데 내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더 갈면 위험하죠. 맷 감독 시절 9위하는데 전장정 박준표 다 갈은 여파로 그 유망하던 불펜들이 전부 필승조를 기대하기 힘든 수준까지 와버렸죠. (물론 다시 돌아올 거라 믿고 있습니다)
눈 앞의 성적보다는 어느 정도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건 팬 입장이죠.
자리가 위험한 감코진 입장에서는 곧 죽어도 성적을 내려 할 걸로 보입니다. 모험을 하기 싫을 수는 있어요.
5. 김도영이 유격수 서브로 기회를 받지 못할 레벨의 선수인가?
감독이 아무리 박찬호를 주전으로 생각하더라도 전 경기 출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서브가 스타팅으로 출전해야 할 상황이 분명 생깁니다.
전체 1순위로 뽑아온 툴가이 유격수를 주전으로 기용하긴 겁날지라도 서브를 써야 할 때 무조건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게 맞는 겁니다.
김종국의 기용 문제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뭐 주전 유격수가 박찬호인 건 현장 입장이니까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저번에 우천 취소된 경기에서 드디어 박찬호에게 휴식을 줍니다. 그리고 김규성을 유격수 스타팅으로 기용합니다. 즉 김도영을 서브 유격수로도 보지 않는 겁니다.
유격 수비 검증 이야기하는데 서브로도 유격수 수비 기회를 안 줘 버리면 뭐 어떻게 검증합니까? 경력 있는 신입을 뽑겠다면서 인턴도 안 뽑는 심보는 참...
6. 김선빈이 부상인 이 시점, 2루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누구인가?
스프링캠프서 내야 멀티포지션 훈련으로 박찬호가 2루, 유격으로 훈련했죠. 류지혁은 기아로 와서 1, 3루로만 뛰었고 두산 시절에는 2루수로 좀 나왔지만 벌써 4년도 더 된 이야기죠. 기아 와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고 수비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1, 3루가 맞는 핏이라고 봐야 합니다.
즉 2루수로 박찬호를 쓰는 게 가장 이치에 맞고, 유격수를 김도영이 보고 류지혁이 3루수를 보는 게 가장 이치에 맞습니다. 이러면 박찬호면 부포지션을 소화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주포지션을 소화합니다.
그런데 김종국 감독은 류지혁을 2루수로 쓰고 유격수 3루수는 박찬호 김도영을 그대로 기용합니다. 박찬호는 주포지션이라 좋겠지만 김도영은 부포지션, 심지어 류지혁은 3번째 포지션을 소화하기에 수비가 안정화가 될 수 없는 노릇이죠.
개인적으로 김종국 감독의 기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해하면 하려고 할수록 나와서는 안 되는 방향으로 생각이 쏠리고 있습니다.
7. 총평
박찬호 선수의 워크에씩은 높게 사나 냉정하게 스탑갭 선수라고 봐야 마땅합니다. 타석도 많이 먹었고 냉정하게 유의미한 실링을 기대하기는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격수 자리가 수비가 워낙 중요한 자리기에 검증된 자원을 우선 활용하려는 생각이라면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박찬호 선수의 올 시즌 타격은 작년하고는 다르게 그렇게 좋게 보기는 힘든 수준이고, 그렇기에 이제는 개인적으로는 김도영 선수가 유격수 주전으로 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현장의 의견은 존중하나 적어도 서브로는 김도영을 우선하는 것이 맞으나 그러지 못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2루가 공백인 현 시점에서 수비 포지션 안정화를 위해서는 2루에 박찬호를 기용하는 것이 맞으나 류지혁을 2루로 기용했습니다. 선수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인데 수비 포지션만 이상하게 꼬아서 결과적으로 수비 불안정만 초래했죠. 수비 안정을 위해 박찬호를 주전으로 기용하는데 여기서는 수비를 불안정하게 하는 포지션 기용을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박찬호가 2루 서브로 포지션 훈련도 한 걸 팬들이 다 아는 상황인데 납득하기가 좀 힘들죠.
김종국 감독의 문제는 여기서 기인합니다. 감독의 이해가지 않는 기용을 이해하면 하려고 할 수록 나와서는 안 될 결과가 나오고 말죠.
'특정 선수의 편애'
이상할 정도로 박찬호를 유격에서 빼지 않으려는 것도 이러면 이해가 갑니다. 빼고 김도영 넣었다가 잘하기라도 하면 김도영을 주전으로 쓰자는 여론이 거셀 거니까... 지금의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을 유격으로 쓰는 걸 두려워할 정도로, 그렇게 보입니다.
문제는 이게 사실 박찬호에게 있어서도 그렇게 좋은 기용은 아닐 거라 자부합니다. 6월 결산에서도 적었지만 박찬호는 현재 고질적인 손목 부상을 안고 경기를 뛰고 있죠. 스프링캠프 때무터 지장이 있어서 2차 캠프에 불참했고, 유일하게 선발에서 빠졌었던 4월 26~28일도 손목 부상과 그에 따른 타격 부진이 이유였습니다. 그 이후로 알다시피 수비는 계속해서 좋지 못했으나 타격 쪽에서는 그래도 꽤 반등을 이뤘었습니다. 관리가 필요한 선수고 관리해주면 공수 다 개선이 될 수 있는 선수인데 지금의 부진한 성적은 관리 부족의 이유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서 팬들에게는 감독의 양아들로 찍혀서 욕은 아주 들입다 먹고 있습니다. 뭐 박찬호 선수가 좀 쓸데없이 입을 턴 거는 있습니다만, 너무 과열됐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박찬호 선수가 잘 생각해야 하는게 요새는 멀티포지션 되면 엄청난 메리트죠. 유격, 2, 3루수 모두 어느 정도 수비 되면서 주루 센스 좋고 타격 적당히 되면 이만한 유틸 자원이 없습니다. 물론 본인 입장에서는 확실한 주전 유격수가 자신의 가치 펌핑에 가장 값진 위치긴 하겠으나, 사실 문동주 선수를 거르고 김도영이 드래프트됐을 때부터 그건 좀... 허상에 가깝습니다. 구단에서는 이미 박찬호를 스탑갭으로 판단하고 주전으로서 엄청난 가치를 두진 않을거니까 말이죠. 차라리 궂은 일 하면서 멀티 포지션 가능을 어필하고 관리도 확실히 받으면서 컨디션 올려서 스탯 이쁘게 찍어주면 FA에서 찾는 팀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보상 선수 걱정이라면 사트(사인 앤 트레이드)도 충분히 가능하죠. 이전에 사트로 이적했던 김민성 선수나 김상수 선수 모두 연간 5억 정도 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적은 돈이 아닙니다.
마무리로 기아 팀에서 이 기용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KBO 리그에도 샐러캡이 도입된 상태이고, 장기적으로 구단을 강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신인들의 서비스 타임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에 유망주를 1군에 올려서 쓸 거면, 대주자 대수비 활용은 지양하고 확실하게 주 포지션에 기회 주면서 밀어주며 써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반면교사가 바로 타이거즈에 있습니다. 바로 최원준이죠. 데뷔 때부터 주 포지션 없이 유격 3루 우익 중견 다 돌려 쓰다가 결국 지금도 마땅히 메인이다 하는 포지션이 없습니다. 심지어 상무에서 중견수로 계속 나왔는데 팀에서 1루 훈련을 요청해서 상무 막판에 1루로 나왔고 제대해서도 1군에서 1루에서 자주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메인 포지션도 없는 상태인데 뺑뺑이 1군에서 계속 굴리니까 이번 아겜에서 금메달 따면 25년 시즌 이후 FA입니다. 타이거즈 팬 입장에서는 제대로 얼마나 썼다고 FA인가 싶은데 현실이 이렇죠. 요새는 비FA 장기계약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렇게 잡으면 뭐 선수는 잡습니다만 샐러리 캡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외부에서 선수 영입을 못합니다.
김도영은 향후 몇 년을 주전 유격수로 뛰어줘야 하는 선수입니다. 죽으나 사나 이 선수는 무조건 유격수로 뛰어야 합니다. 혹자는 3루로 키워서 타격을 극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애초에 유격으로 보고 문동주 거르고 뽑아온 선수고 적어도 무조건 2년 이상 1군에서 유격으로 긁어보기는 해야 한다고 봐요. 이런 선수를 유격수로 빡세게 세금 먹이지도 못할 판에 3루에서 시간 낭비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냐면 유격으로 안 쓸 거면 그냥 2군에서 유격수 수비 훈련하는 편이 좀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 편이 서비스타임 관리도 되고 어떤 면으론 좋을 수도 있죠. 그런 선수를 스탑갭 선수 때문에 3루에서 뛰게 하는 건 선수에게도 팀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봅니다. 심지어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을 부상 복귀 후 2루로 쓰려고 했었죠. ㅋㅋㅋㅋ...
아무쪼록 제 생각은 이렇네요. 박찬호가 인터뷰에서 한 발언도 있고 여러 모로 까일 구석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비판이 아닌 비난까지 받을 선수는 당연히 아니고, 오히려 김종국 감독이 지금 욕 먹는 것 이상으로 더 먹어야 마땅하다고 보입니다. 아무쪼록 올스타전 전까지는 정리가 되어서 이런 무의미한 시간 낭비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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