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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기아 타이거즈

류지혁⇔김태군 트레이드, 기아팬으로서의 평가는?

오늘 좀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내야수 류지혁이 삼성의 포수 김태군과의 1:1 트레이드로 팀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포수 자원이 풍부한 삼성과 포수가 구멍인 기아 팀의 니즈가 맞기 때문에 포수 트레이드 이야기는 계속해서 오고 갔었지만 기아 측에서의 반대급부가 마땅치 않기에 트레이드가 안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시즌 중반을 향해가는 이제서야 트레이드가 되는 모양입니다.

 

트레이드의 평가는 몇 년은 지나서 하는 게 맞다지만, 유망주의 트레이드가 아니고 아무래도 좋지 못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지라 대충이라도 트레이드를 살펴보면 재미있을 듯하기에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1. 김태군은 어떤 선수인가?

 

김태군 선수의 통산 타격 성적입니다. 통산 wRC+가 61.9로 처참한 기록이지만 타격 기록이 작게나마 우상향을 기록하고 있고 작년에는 wRC+ 106.3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습니다. 수비는 도루 저지나 블로킹, 프레이밍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이 선수가 지금까지 커리어를 이어나온 게 강한 수비에서 바탕이 되었습니다.

 

현재 기아 포수진의 WAR가 상태가 이렇습니다. 주전으로 쓸 포수가 없어요. 그렇기에 김태군 선수는 기아에 오면 이번 시즌 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는 건 자명합니다.

 

 

2. 류지혁은 어떤 선수인가?

 

두산에서 데뷔를 했고 홍건희와의 트레이드로 기아에 왔습니다. 유격을 뛴 적도 있지만 이제 유격수로는 거의 힘들다 보고 3루, 1루 핫코너 자원으로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번 시즌 불안하지만 김선빈의 공백을 위해 2루수로도 소화를 했습니다.

시즌 초에 불타는 타격으로 3할을 찍다가 항상 6월 가면 타격감이 떨어져서 스탯을 말아먹지만, 그럼에도 2할 7푼의 타율은 얼추 기대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기아 와서 순출루율 9푼은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은 어느 정도 되지만 장타는 거의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출루 좋고 장타 없지만 생산성 wRC+ 100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3루수이고 대신 주루는 햄스트링 이슈로 그리 좋지 못합니다.

 

 

보다시피 삼성의 3루도 현재 굉장히 좋지 못한 상황이기에 바로 스타팅 3루수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삼성은 김태군을 보내도 되는 상황인가?

 

삼성이 지금 전체적으로 팀이 힘든 상황이지만 포수만큼은 걱정이 없죠. 아직 죽지 않았음을 과시하는 강민호의 활약에 작년에 포텐을 보여 준 LG에서 보상선수로 온 유망한 포수 김재성이 있습니다. 김재성을 서브로 활용하면서 키워야 하기에 김태군은 사실상 보내도 괜찮은 선수라고 봐야 합니다. 심지어 김태군은 올 시즌 끝나고 B등급으로 FA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B등급 FA 선수가 타팀으로 이적 시 보상선수로 25인 보호명단 외의 선수를 지명 가능합니다. 따라서 25인급 이내의 선수를 트레이드로 얻어올 수 있다면 충분히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보낼 수 있습니다.

 

 

4. 기아는 류지혁을 보내도 되는 상황인가?

 

지금까지 정리한 것만 보면 여기서 기아가 류지혁을 보내도 되는 상황이면 양 쪽의 밸런스가 잘 잡힌 트레이드라고 볼 수 있죠. 보낼 수 있는 선수를 보냈고, 두 선수 모두 도움이 될 선수니까요. 그런데 기아서는 류지혁을 보낼 수 있는 선수라고 보기 애매합니다.

왜냐? 기아에 괜찮은 3루 수비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김도영은 결국 유격수로 키워야 할 자원이고 변우혁은 3루수지만 수비에는 아직 의문부호가 있죠. 김규성과 최정용이 3루 소화가 되긴 하지만 타격이 스타팅으로 쓰기에는 많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는 2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7월 5일, 트레이드 당일 김선빈의 공백이 있는 2루에는 김규성이 스타팅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김선빈도 관리가 필요한 만큼 서브로 괜찮게 타석을 줄 만한 2루수가 필요한데 김규성, 최정용은 많이 아쉽습니다.

물론 김선빈은 돌아올 거고 김도영도 우선 3루수로 쓴다고 하면 괜찮은 것 아니냐 할 수도 있는데 실제 스쿼드 운용이 그렇지 못하죠. 실제로 류지혁은 올 시즌 출전한 경기에서 9경기 빼고 전부 스타팅으로 나왔습니다. 김도영이 부상으로 이탈해서 3루수로 주로 나오고 김도영 돌아올 때 쯤 김선빈이 부상이라 2루수로 나왔죠. 타격에서 어느 정도 기대가 되는 내야 유틸이 필요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정도일 듯 합니다. 보내지 못할 선수는 아니지만, 타격은 분명 있습니다. 아니, 꽤 클 겁니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거진 주전으로 경기를 뛰어 준 선수입니다.

 

 

5. 타이밍의 문제, 김태군을 굳이 지금? 데리고 와야 했나

 

김태군은 올해 이후 FA가 되는 선수입니다. 삼성에서는 잡을 것이라 보이지 않고, 타팀에서도 사실상 기아 단독 입찰이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그때 이후 25인외 보상선수 주고 FA로 영입하면 될 일입니다.

심지어 지금 팀 순위 9위입니다. 물론 5위와의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전력을 추스르고 내년을 슬슬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는 타이밍입니다. 김태군은 FA로 영입하면 내년에 김태군도 있고 류지혁도 있죠. 굳이 내야 뎁스를 망쳐가면서까지 지금 김태군을 영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혹은 내년보다 올 시즌 달리는 게 중요하다면 이 트레이드가 말이 될 수는 있겠네요.

 

네이버에서 뉴스를 하나 봤습니다.

 

KIA 심재학 단장 “류지혁-김태군 트레이드, 감독끼리 먼저 이야기가 나왔다” [SS인터뷰]

KIA 내야수 류지혁과 삼성 포수 김태군이 5일 맞트레이드를 했다. (스포츠서울DB).[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감독끼리 이야기가 나왔고 프런트가 최종 승인했다.”KIA타이거즈가 5일 삼성 라이

sports.news.naver.com

정리하자면 이 트레이드는 김종국 감독이 주도한 트레이드라는 겁니다. 또 너야 종국시치!

세계사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 영국을 찍으면 대충 맞는다고 하죠? 현재 기아 타이거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 감독을 찍으면 대충 맞습니다.

확실히 김종국 감독한테는 이 트레이드가 참 좋은 트레이드입니다. 뎁쓰야 뭐 김도영 김선빈 부상 또 안 당하게 물 떠놓고 제사 지낸다고 치고 1루는 변우혁 황대인 최원준 셋 중 하나는 괜찮겠거니 하면 되죠. 포수는 당장 보이는 구멍이기에 메우면 당장의 전력 상승은 기대할 수 있죠.

내년? 알 게 뭡니까. 지금 짤리게 생겼는데요. 실제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슬슬 김종국 감독의 거취에 대한 기사들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죠. 우승 감독인 김기태 감독도 9위 찍고서 짤렸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당장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 트레이드 신청을 한 걸로 보입니다.

 

근데 단장도 김종국 감독 짤리면 같이 짤리나 보죠? 팀의 내년을 위해서라면 단장은 제동을 걸었어야 했는데 아들래미 학폭 문제로 정신이 없는지 이 트레이드를 통과시킵니다. 단장이 최종 책임자 아닙니까? 막을 건 막아야죠. 아니면 어차피 삼성도 내년에 보낼 자원인데 어떻게 더 싸게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정리. 내년엔 분명 내상이 느껴질 트레이드

 

류지혁도 엄연히 스탑갭 선수라고 봐야 합니다. 솔리드한 주전으로 보긴 애매한데 뎁쓰로는 이보다 좋은 선수가 없는 선수기도 하고요.

이 선수의 이탈은 올해도 아니고 내후년도 아니고 바로 내년에 체감이 크게 될 겁니다. 올해는 어쨌든 김태군을 데리고 왔으니 포수진에서 구멍을 메우는 게 더 크게 와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은 다르죠. 김태군은 어쨌든 내년에 기아에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고 류지혁은 내년 시즌 이후 FA니까 내년까지는 무조건 있을 선수니까요. 딱 내년에 체감이 크게 될 겁니다. 혹여 김도영이 또 부상이라도 당하게 되면 3루수 수비를 믿고 맡길 선수가 애매하고, 김선빈이 눕기라도 하면 골치가 꽤나 아파집니다.

반면 오히려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결국 기아 3루수는 어리고 유망한 선수들이 올라와줘야 하는 자리입니다. 변우혁이 3루 수비가 늘어서 자리를 잡을 수도 있고, 퓨처스에서 경험치를 착실히 쌓고 있는 거포 기대주 정해원도 있습니다. 올해 3라운드 드래프티죠. 상무에서 제대할 박민, 김도영 동기 2라운더 윤도현도 2루수로 자리잡는 게 유력합니다만 3루로 갈 수도 있는 거죠. 긁어 볼 선수가 있기에 스쿼드 기량적인 부분서는 내후년과 그 이후 미래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추스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해요.

다만 또 아쉬운 거는 류지혁이 차기 주장감으로 거론될 정도로 리더쉽이 좋은 선수였다는 거고, 후배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는 데에도 적극적인 선수였다는 겁니다. 올해 김도영이 나성범과 같이 재활하면서 많이 배웠다는 것처럼,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기대할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이 점도 은근 아쉽습니다.

아쉬운 점이 왜 이렇게 많죠? 이번 트레이드는 차후 내야 FA를 잡을 때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 이후 김선빈이, 26시즌 이후 박찬호가 FA 자격을 취득하게 됩니다. 선수 입장에서 자신이 빠지면 대신 들어올 선수의 퀄리티가 좋지 못하다면 그건 협상에 있어서 큰 무기가 될 수 있죠. 예를 들어 김선빈이 내년 FA에서 너무 큰 돈을 요구한다고 하면 기아 입장에서 내세울 만한 대안이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김종국 감독은 박찬호한테 뭔가 있나 싶습니다 ㅋㅋㅋㅋ 왜 자기가 욕 먹으면서 이렇게까지 해 주는지...

 

불경에 유명한 말이 있죠.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남에는 반드시 떠나감이 있고 반대로 떠나간 후에도 만남이 있습니다. 3년 남짓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그동안 보여준 워크에씩과 헌신에 감사를 표하고 삼성에서도 멋진 모습 보여주고 사랑 많이 받기를 응원합니다. 김태군 선수도 환영하고, 기아에서 자리 확실히 잡고 멋진 모습 많이 보여주길 응원하겠습니다. 올해 보여주고 FA 돈 많이 받아보자고요. 두 선수 모두 화이팅입니다!